함께_자라는_날들

아빠의 필름, 여름 프로젝트 · 문서 4개 · 읽는 데 약 23분 · 슥슥으로 씀

목차
02_푸른_수조_앞에서_배운_용기

푸른 수조 앞에서 배운 용기

큰 수조 앞에 나란히 앉은 필름이와 여름이

우리들의 찰나

  • 장소: 아쿠아리움의 커다란 수조 앞
  • 등장인물: 아빠, 필름, 여름

그날 아빠는 새로운 어플을 만들며 조금 오래 고민하고 있었단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일은 늘 이상했어. 처음에는 세상에 없던 것을 손에 쥐어 보는 것처럼 설레는데, 막상 한 걸음 들어가면 모르는 것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곤 했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면, 내가 너무 작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단다. 설렘과 두려움은 늘 나란히 걸어왔어.

그런 마음을 품고 너희와 아쿠아리움에 들어갔지. 커다란 수조 앞에 앉은 너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어. 파란 물속을 천천히 지나가는 물고기들, 빛을 받아 은빛으로 뒤집히는 작은 몸들, 어디선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낯선 그림자들. 너희는 모르는 것을 마주하고도 겁내기보다 먼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단다.

푸른 수조 앞에서 물고기들을 바라보던 순간

필름아, 여름아.

너희는 물고기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고, 유리 너머의 넓고 푸른 세상을 오래 바라보았지. 무엇인지 다 알지는 못해도 괜찮다는 듯, 그저 신기해하고 즐거워했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빠 마음속에 먼저 있던 두려움이 조금 조용해졌단다.

새로움 앞에서 느끼는 초라함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망설임도 어쩌면 나쁜 마음만은 아닐 거야.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니 우리는 잠시 멈춰 서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거겠지.

아빠도 너희처럼 해 보려고 한다. 모르는 것 앞에서 너무 빨리 작아지지 않고, 처음 그 일을 만나던 날의 호기심을 다시 떠올리면서. 겁이 나더라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잘 모르겠더라도 조금 더 가까이 가 보는 사람으로 버텨 보려고 해.

그러니 너희도 앞으로 낯선 세상 앞에 설 때, 오늘의 푸른 수조를 기억해 주렴. 유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지 못해도, 눈을 반짝이며 천천히 바라보던 너희의 얼굴을. 호기심은 모든 답을 알고 나서 생기는 마음이 아니라, 모르는 곳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첫 번째 용기라는 것을.

오늘 아빠는 너희에게 그 용기를 배웠단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포토부스 사진

푸른 수조의 관찰창

물고기 곁의 작은 관찰자

푸른 수조 앞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