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포스트_원고

슥슥_개발블로그 프로젝트 · 문서 2개 · 읽는 데 약 18분 · 슥슥으로 씀

목차
01_1화_어떤_필요를_봤는가

1화. AI 에이전트를 써보고 난 뒤의 생각

"요즘 AI가 대세라는데 너도 한번 써봐."

다들 AI, AI 하니까 나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두드려봤다. 솔직히 말해서 '대단해 봤자 얼마나 가겠냐' 하는 비개발자 특유의 삐딱한 마음이 컸다. 영화 전공인 내가 기술을 깊이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나 싶었고.

그런데 웬걸, AI랑 밤낮으로 씨름한 지 두 달 만에 학원에 필요한 인트라넷 시스템을 내 손으로 직접 뚝딱 만들어버렸다. 이름은 거창하게 '우디캠퍼스 2.0'이라고 붙였다.

우디캠퍼스 2.0 로그인 화면

우디캠퍼스 2.0 실장 대시보드 화면

가입 대기 인원 승인부터 학습일지, 특강, 업무 관리 기능까지 구겨 넣은, 내가 봐도 제법 그럴싸한 물건이 나왔다.

물론 그 과정이 온전히 '뚝딱'은 아니었다. 버그 잡는다고 매달리고, 끝없는 질문 던지느라 정신이 나갈 것 같았던 지옥의 2개월이었다. 하지만 그 러닝커브를 한 번 뚫고 나니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 눈앞에 완전히 새로운 기회의 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


"글 쓰는 데도 쓸 수 있겠는데?"

코드가 가득 찬 복잡한 개발 문서를 AI가 척척 읽고 써내려가는 걸 보다가 문득 한 생각이 스쳤다.

'코드를 이렇게까지 다룬다면, 책 같은 복잡한 기획이나 원고 집필도 AI랑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영화과 입시생들을 가르치면서 오래전부터 굴려왔던 책 기획이 있었다. 매번 짧은 수업 시간 때문에 전달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한 권의 교재로 엮어내고 싶었다.

내용은 SF의 하위 장르들—아포칼립스, 하드 스페이스 오페라, 사이버펑크 등—을 대표 명작 영화들과 비교하며 분석하는 다소 마이너한 연출 분석서였다.

타겟이 너무 좁아서 세상 어떤 출판사도 선뜻 내주지 않을 책이었지만, 영화 연출을 전공하려는 소수의 입시생들에겐 정말 꼭 필요한 책이었다.

영화과 입시용 SF 비교 분석서 1

영화과 입시용 SF 비교 분석서 2

개발할 때 쓰던 에디터인 '커서(Cursor)'를 그대로 켜고 AI와 분석서 집필에 들어갔다. 결과물은 솔직히 충격 그 자체였다. 단 일주일 만에 100페이지에 달하는 고품질 원고가 정교한 뼈대를 갖춘 채 쏟아져 나왔다.

단순한 타이핑 보조가 아니라, 내 의도와 연출 맥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씬을 직조해 주는 집필 파트너를 만난 느낌이었다.

실제 에디터로 AI와 협업하여 글을 쓰는 화면


"그 '커서'가 마우스 커서인가요?"

이 어마어마한 경험을 혼자만 알고 있기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비개발자 창작자 친구들에게 호기롭게 커서를 영업하기 시작했다.

"이거 꼭 써봐. AI한테 내 문맥 전부 던져놓고 같이 씬 분석하고 다듬으면 작업 효율이 미쳐 날뛰어."

하지만 돌아온 반응들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커서요? 마우스 커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 그 Cursor라고... 아주 훌륭한 에디터(IDE)가 있어..."

이 말을 건네는 순간 친구들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시꺼먼 에디터 창에 정체 모를 코드와 영어 텍스트가 빽빽하게 박혀 있는 첫 화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깊은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노션(Notion)조차도 기능이 너무 많아서 배우기 지친다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개발 전용 도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었던 거다.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멍청해서가 결코 아니다. 다들 자기 본업에 쫓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그 낯설고 불친절한 개발 도구의 진입장벽을 뚫어낼 에너지와 시간이 없을 뿐이다.


슥슥 - 내 옆의 가장 단순한 동료를 향해

사실 AI 에이전트의 핵심 본질은 심플한 것 같았다

"AI가 내 문서를 완벽히 이해한 채로 읽고, 쓰고, 나와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직관적인 개념을 복잡한 껍데기(IDE, 개발용 터미널 등) 없이 전달할 수만 있다면 어떨까. 수많은 기획자와 창작자들이 맞이할 기회와 잠재력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할 텐데. 왜 개발자들만 이 사기적인 혜택을 온전히 누려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를 결심했다.
'그 무지막지한 기술적 진입장벽을 완전히 제로(0)로 깎아버리자. 백지 위에 생각을 슥슥 쏟아내기만 하면, 에이전트가 알아서 구조를 잡고 일하게 만들자.'

이것이 바로 내가 '슥슥(sskssk)'의 개발을 시작한 진짜 이유이자 필요의 발견이다.

슥슥의 첫 시작 화면

복잡한 개발 환경 세팅도, 어두컴컴한 터미널도 필요 없다.
그저 하얀 도화지 위에 하고 싶은 말을 슥슥 적어 내려가면, 에이전트가 나와 발맞추어 그 다음을 그려낼 것이다.

내 옆의 묵묵한 빈자리를 채워줄 가장 단순하고 영리한 에이전트.

슥슥—
이제 빌드를 시작한다.